최종 편집일 : 2024.03.28 (목)
[글밭 산책] ------------- 토담을 위하여 김 원 호 고향마을 들길을 걸어도 소 한 마리 보이지 않고 개구리 울음소리 하나 들리지 않느니 고향이면 그저 고향으로 알다 오늘 온 세상 문명 냄새 속에서 이제야 눈이 트이는지 시멘트 포장길을 가는 헝클린 바람의 날개 가슴 속 검정 고무신 아이가 살아나와 그 투박한 걸음으로 바람 찬 지창紙窓 안에 불을 밝히느니 잊었던 말들을 모아 어머니를 불러 보리라 폐비닐 흩날리는 묵정밭 흐물흐물 무너지는 저 토담을 위하여 --------------...
[글밭 산책] ------------------- 5분 조 향 순 영동 씨는 ‘5분’으로 사람들을 웃긴다. 모두가 의논하여 드디어 약속 시간을 8시로 결정을 하면 느닷없이 그는 ‘아니 아니, 8시 5분’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썰렁한 개그이지만 사람들은 웃지 않을 수 없다. 같이 식사를 하러갈 때도 12시 30분에 출발을 하자고 하면 느닷없이 영동씨는 12시 35분에 출발하자고 해서 사람들은 또 김빠진 웃음을 쏟는다. 영동씨의 ‘5분’은 그야말로 아재 개그의 표본이다. 나는 얼마 전 오전 8시에 출발하...
위암의 예방과 관리 김동규 한국건강관리협회 광주전남지부 원장 우리나라는 위암 발병률이 높아 40세 이후부터 2년마다 위장조영검사나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또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암 위험도가 높다는 소견이 나오면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에서는 주로 만성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위궤양, 위의 선종성 용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위암의 예방과 관리에 대해 알아본다. 위암의 발병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습관, 환경이나 유전, 문화적 요인들이 있다. 위암 ...
[글밭 산책] -------------- 적요의 풍경 김 수 화 쥐불 타오르듯 하르르 봄꽃의 향연이 끝나고 꽃철도 참 잠깐이구나 싶다가도 또 금방 초록에 마음 빼앗겨 꽃이 핀 줄도 몰랐는데 후드득, 마당을 두드리는 소리에 꽃이 떨어진걸 보고서야 감나무가 가까이 있음을 알았다 순간, 기억의 물방울이 툭 터진다. 그다지 살갑지는 않지만 떠나고 나서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사람 드러내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 않아 꽃도 열매도 주목받지 않지만 강물도 가을 하늘 따라 깊어지면...
[글밭 산책] ---------- 정말 유감 서 강 홍 시내 중심부에 ‘양심거리’가 있었다. 육 차선이나 되는 큰 도로의 몇백 미터에 이르는 지역이 양심거리로 지정되어 커다란 안내 간판까지 설치되어 있었다. 양심을 지킴에도 구역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다른 곳에서는 양심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교통질서 정착이라는 설정 배경을 이해하면서도 지날 때마다 쓴웃음을 짓곤 하였다. 그렇게 하여서라도 교통질서가 확립되기를 기대하면서. 양심이란 순수한 사람의 마음이다. 때 묻지 않은, 거짓되지 ...
[글밭 산책] -------------------- 부용대 김 경 숙 흐르는 강물은 세월에 실리고 달빛은 추억으로 빛나는데, 뱃전을 치는 물살 몸속을 밀려오네 아, 흐르는 물 고요하고 달빛 아름다워라 별들 지켜보는 가운데 흔들리는 마음, 가슴에 전하는 말 꽃물결 되어 밤새 머무네 작가의 말 ----------------------------------------------------------------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글밭 산책] ----------- 사모님이 보고 싶다. 권영호 그때, 사모님은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적은 예순쯤 되었을까. 보슬보슬한 파마머리에 언제봐도 옷매무새는 단정했다. 절대로 빨리 걷는 법이 없었다. 얼른 보기에도 후덕한 맏며느리였다. 둥근 얼굴에 웃음꽃을 피울 때마다 살며시 드러나는 금으로 덮어씌운 대문니가 부티스러웠다. 아이들이 하교한 텅 빈 운동장, 학교 화단에 활짝 피어있는 꽃구경을 즐기셨다. 독실한 기독교 신도로 권사님이었다. 내게 남아있는 사모님에 대한 기억이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글밭 산책] ----------- 경계 境界 이 용 섭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 경계는 언제나 불편하고 불안하다 때론 위험하기도 하다 나는 지금 허물어지는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들고 있다 불편하고 불안한 오래된 익숙함이 편안하다 ----------------------------------------------------- 작가의 말 코로나19 사태가 해를 거듭하고 있지만 불안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제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글밭 산책] -------------- 마당쇠의 봄 이화련 남편은 자칭 마당쇠다. 마당일을 많이 한다는 뜻인데 얼추 맞는 말이다. 그는 적지 않은 시간을 마당에서 보낸다. 안 보인다 싶으면 마당에 있다. 눈을 가늘게 뜨고 나무를 올려다보거나, 숨죽인 얼굴로 꽃눈을 세거나, 팔짱을 끼고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생각난 듯 물을 주고 나뭇가지를 다듬고 잔디를 깎는다. 그러면서 투덜거린다. ‘내가 숫제 마당쇠라니까!’ 평생 처자...
[글밭 산책] ---------------- 그리운 까치 소리 김 원 호 이른 아침 마을회관 옆 이동통신 전신주 위에 까마귀가 와서 울고 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고까마귀가 울면 불길한 일들이 있다고 하는데 까치가 앉아 있던 자리에 까마귀가 올라앉아 울고 있으니 지나는 사람들마다 곱지 않은 얼굴로 쳐다보고 간다. 그러지 않아도 농촌이 힘들게 되었다고 걱정들인데 까마귀까지 날아와 울어대며소리 내어 마음껏 울 수도 없는 사람들 가슴을 무겁게 파고든다. 다 떠나가고 마른 수세미 같은 노인들만...
[글밭 산책] --------------- 가끔씩 죽어보기 조 향 순 내 부고(訃告가) 떴다. 내가 별세했다고 한다. 내 글이 어디로 다니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가끔씩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 건축학 박사도 있고, 서양화가도 있고, 약선식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의 세프도 있고,경남 어떤 군에서 친절공무원으로 뽑힌 사람도 있다. 그들과 내가 섞여있다. 문득 문득 내가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같은 명찰...
[글밭 산책] -------------- 사월 김 수 화 아린 그리움 꽃으로 피어나는 사월 봄꽃으로 찾아드는 노란 물결의 기다림 복수꽃을 시작으로 산수유 생강나무꽃 개나리 민들레 수선화 유채꽃 애기똥풀 꽃다지 골담초 풍년화 노란매발톱 금새우난꽃 월동초 장수만리화... 우리의 기다림은 수취인불명의 편지되어 닿을 수 없고 거센 파도에 거품 되어 부서진 아이들의 간절함은 우리에게 닿지 못해 이 땅을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아직도 닿지 못한 여행지 그대 어젯밤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