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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2월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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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2월의 노래

이화련

[글밭 산책] --------  2월의 노래  


이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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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해의 차분한 시작은 2월부터라고, 누가 그렇게 써 놓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1월의 분위기는 들뜨고 어수선하다는 것이다. 첫 달은 새해를 축하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기 바쁘고 2월이 되어서야 제대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지만 내 기분대로 하자면 나는 2월 한 달쯤은 그대로 오롯이 아껴두고 싶다. 한 해의 막을 올리는 무거운 소임은 1월이나 3월에 맡기고 2월은 그냥 그대로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일 년이 풀어놓은 두 번째 단락, 2월은 설렘을 품은 달이다. 열두 꾸러미 선물 같은 열두 달은 저마다 간직한 빛깔과 소리가 있다. 꽃과 새싹들의 속삭임으로 달콤한 4월, 태양의 열정이 불타오르는 8월, 나뭇잎들도 시를 쓸 것 같은  10월, 설경이 눈부신 12월…. 

  2월은 어떠한가. 바람은 음울한 곡조의 노래를 막 끝내고 나직이 웅얼거리며 다음 노래를 고르고 있다. 그 웅얼거림에 화답하듯 시냇물이 소리를 낸다. 얼음장 밑을 숨죽여 흐르던 물이 양지쪽 돌 틈으로 똑똑, 방울져 떨어진다. 나무들도 천천히 기지개를 켠다. 언 땅에 눌렸던 실뿌리가 움찔거린다. 발가락이 꼼지락거린다.

  화장기 없이도 2월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그 까닭은 아마도 2월이 남모르게 그리운 이름을 부르기 때문일 것이다. 이름을 불린 꽃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2월의 휘장 너머로는 희미한 꽃 그림자가 꿈결인 듯 아른거린다. 

  이름을 부를 뿐 2월은 꽃을 피우라고 조르지 않는다. 조용히 내리는 빗소리로, 때로는 바람이 길을 바꾸는 휘파람소리로 겨우내 굳은 어깨를 두드릴 뿐이다. 그 소리를 나무들이 알아듣는다. 개나리는 ‘개나리!’ 하고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다. 마른 모래알 같던 꽃눈에 물기가 어린다. 소리를 조금 높여 또 부르고, 부를 때마다 꽃눈이 반짝인다. 반짝이며 부푼다. 

  진달래도 그렇게 눈을 뜬다. 팥알 만한 꽃눈이 못 들은 척 제 이름에 곰곰이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서 차츰 분홍으로 물든다. 분홍으로 쫑긋거린다. 어머니와 눈맞춤에 열중한 젖먹이의 입술이 저도 모르게 쫑긋거리듯…. 

  민들레, 채송화, 봉숭아, 세상의 꽃씨들도 차례로 잠을 깬다. 머리맡을 스치는 2월의 숨결에 연둣빛 솜털이 흔들린다. 맥박이 푸르게 살아난다. 덩달아 두근두근 땅이 풀린다. 땅이 풀리면서 어디선가 향기가 실려 온다. 아무래도 꽃내음이다. 봄꽃들이 피려면 아직 멀었지만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 나듯 꽃눈 돋은 가지에서 꽃내가 난다. 꽃씨를 품은 흙에서 단내가 난다. 병마개를 방금 딴 포도주처럼 2월은 계절이 내미는 빈 잔에 향기를 먼저 채운다. 그 잔에 일렁이는 새봄의 느낌! 

  그러나 2월의 노래는 길지 않다. 꽃 이름을 읊조리다 홀연히 떠나가는 방랑시인인가. 돌아서는 발걸음이 유난히 빠르다. 꽃들의 이름을 메아리로 남기고 훌쩍 뒷모습을 보인다.

  울창한 삶의 숲에서 사람도 한 그루 나무, 계절의 소리에 귀 기울일 일이다. 가끔 어쩐지 능선에 홀로 선 겨울나무처럼 느껴진다면 2월의 노래를 들어야 한다. 거기 화답하는 내 안의 소리에 모처럼 귀를 열고 그 울림을 헤아려 볼 일이다. 그리하여 빈 가지에 꽃눈 하나 틔울 수 있다면, 굳은 살 속에 박혀 늦잠이 든 꽃씨를 깨울 수 있다면….  

  그러면 무엇이 두려우랴. 내 뿌리가 묻힌 곳이 골짜기면 어떻고 비탈이면 어떠랴. 소박한 꿈이나마 꽃눈을 떠서 스스로를 밝힐 수 있다면 그 힘으로 남은 날들을 기꺼이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2월이 있어 위안이 된다. 봄은 출발을 망설이고 겨울은 눈치 없이 머뭇거릴 때 바람결 순한 노래를 들려준다. 그 부드러운 리듬에 만물이 다시 몸을 일으킨다. 2월은 봄을 향한 따스한 입김이요 희망의 꽃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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