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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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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무관심

권영호

[글밭 산책] ---------------- 무관심

 

권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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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오후, 집을 나섰다. 요즈음은 내 고향을 병풍처럼 둘러싼 구봉산 밑으로 흐르는 물길 따라 이어진 방죽을 걷는 게 유일한 힐링이다.

  평일에도 그랬지만 오늘 같은 주말이면 이곳으로 나온 사람들이 많다. 온갖 운동 기구들이 갖추어져 있는 넓은 둔치에는 더욱 그랬다. 둔치 한가운데 휴식처로 지어놓은 팔각정자 난간에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 몇이 앉아 고개를 푹 숙인 체 서 있는 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정황이 아무래도 이상했다. 공포감이 감도는 듯했다. 흐물흐물 하얀 연기가 곧장 불어온 바람에 일렁거렸다. 담배 연기가 게 틀림없었다. 아이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불끈 쥔 주먹을 휘둘렀다. 순간, 서 있던 아이가 잽싸게 몸을 피했다. 다행이었다.  

  ”계속 왜 이래? 왜 왜!“

  몸을 휘청거리며 질러댄 아이의 목소리가 멀리 떨어져 있는 내게까지 도움을 요청하듯 달려왔다. 팔각정 바로 옆에서 운동하고 있던 어른들은 나보다 더 큰 소리로 들었을 것이었다. 다음엔 덩치가 큰 아이가 일어나 두 손으로 아이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무어라 으름장을 놓는다. 분위기로 봐서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조금 전에는 이보다 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을 게 뻔했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었다. 팔각정을 향해 막 달렸다. 나를 바라보는 이마랑 뺨이 벌겋게 일그러진 아이의 시선이 반가운 듯했다. 인기척을 느낀 아이 하나가 화들짝 담뱃불은 껐다. 아이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딴청을 부리려 했다.

  “내가 다 봤어. 집단 폭행하려는 거!” 

  일부러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아니요. 폭행이라니요. 우린 친구예요. 친구!” 

  조금 전에 주먹을 날렸던 아이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온순하지 못한 태도, 분명 내게 반항하는 어투였다. 

  “내가 똑똑하게 봤는걸. 이렇게 동영상도 찍어 놓았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있지도 않은 거짓말까지 했다. 

  ”학교 폭력으로 신고를 할까. 아니면 이 자리에서 사과하고 용서할래.“

두 가지의 조건을 제시했다. 아이들이 보기보다 순진했다. 금방 서로 화해하려는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슬며시 바짝 앉았다. 어색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나는 얘길 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고향 친구가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백해무익함을 강조하며 금연 상담도 했다. 팔각정을 내려왔다. 그때까지도 건넌 마을 불구경하듯 운동 기구에 매달려 있는 어른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문득 언젠가 인터넷에서 보았던 중국의 영화 ‘버스 44’를 떠올랐다. 아주 오래된 그 영화의 줄거리는 이랬다. 

  미모의 여자 기사가 운행하는 버스가 한적한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때, 승객 중 두 명의 불한당이 막무가내로 차를 세우고 운전기사를 숲속으로 끌고 갔다. 도와달라며 애원하는 여자 기사에게 승객들은 하나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중 한 청년이 불한당을 뒤따라가 맞섰다. 그런데 그들이 휘두른 칼에 다리를 심하게 다치고 만다. 여자 기사를 성폭행을 당했고 불량배들은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겨우 몸을 추스르고 버스로 돌아온 여자 기사가 차의 시동을 걸었다. 뒤늦게 다친 다리를 끌며 버스 쪽으로 걸어온 청년에게 여자 기사는 버스 안에 있던 그의 가방을 던져주고는 문을 닫아버린다. 그리고는 급히 발진했던 ‘버스 44’는 커브 길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버스는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만다. 여자 기사는 불의를 보고도 침묵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승객 모두를 죽음의 세상으로 데려간 것이다. 정의롭고 고마웠던 청년을 남겨 둔 체 말이다. 

  어른들이 있는 곳을 지나갔다. 제멋대로 담배를 피워댔고 친구를 집단폭행하려 했던 아이들을 보고도 자기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어른들이었다. 괜히 참견했다가 낭패라도 당하면 어쩌나 싶어 단단하게 애워싸 버린 자기 보호막이 철판보다 더 두꺼웠다. 

  그 아이들은 바로 우리의 아들이며 손자이기도 하다. 그 아이들이 바로 옆에서 벌인 악행을 수용이라도 하듯 고개를 돌려버린 어른들의 무관심은 죄악이 아닐 수 없다. 사랑과 정 반대 되는 말은 증오이다. 몹시 미워한다는 증오라는 말보다 더 무섭고 비겁한 게 바로 무관심이다. 내 자식을 제외한 모든 아이들을 무관심으로 대해왔던 어른들이 ‘요즈음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며 혀를 차며 핀잔할 수 있을까. 찬란한 내일,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갈망하는 것은 어른들의 사랑과 격려다. 이제라도 그 아이들을 위해서 그 어떤 경우라도 ‘버스 44’의 무관심한 승객은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 어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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