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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가끔씩 죽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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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가끔씩 죽어보기​

조 향 순

[글밭 산책] --------------- 가끔씩 죽어보기 

   

조 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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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부고(訃告가) 떴다. 내가 별세했다고 한다. 

  내 글이 어디로 다니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서 가끔씩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모두 모인다. 건축학 박사도 있고, 서양화가도 있고, 약선식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의 세프도 있고,경남 어떤 군에서 친절공무원으로 뽑힌 사람도 있다. 그들과 내가 섞여있다. 문득 문득 내가 이렇게도 살아보고 저렇게도 살아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같은 명찰을 달고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굉장한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며칠 전에는 내 이름의 부고장이 떴다. 교육부 소속인 누구의 빙모상이라니까, 나와 동명(同名)의 그 빙모되시는 분이 돌아가신 모양이었다. 그 부고, 내 이름의 부고를 보면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검색해보면 나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뜬다

  제대로 관리를 할까

  각각 다른 사주(四柱) 넣어 여기저기 떼놓았지만 그래도 헷갈리지 않을까

  어제는 내 부고(訃告)가 떴다

  누구의 빙모상이라고 한다

  누구가 내 사위 이름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번지수 제대로 찾은 걸까

혹시 이 꽃 따려다가 저 꽃 따버린 건 아닐까 

  수정(修正) 안 해도 되는 걸까


- 졸시「동명同名」전문-


  큰 학교에서는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아 신학기에는 아이들의 반(班)이 바뀌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담임선생님들이 생활기록부로 확인을 해서 잘못된 것을 발견하고는 아이를 데려다주기도 하고 데려오기도 했다. 그러니까 같은 이름의 아이들을 언제 태어났느냐, 누구를 부모로 해서 태어났으며, 어디서 살고 있는가, 그리고 성적 순위 등으로 분간을 해내는 것이었다. 

  어제도 어떤 국회의원이 동료 국회의원의 실명을 거론하며 흉을 보다가 같은 이름의 다른 사람임이 밝혀져 사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런저런 내력과 흔적을 캐지 않으면 이런 혼란과 착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문득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도 이런 착오가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 다른 사주를 넣어 이 날 저 날, 여기저기로 풀어놓긴 했지만 헬 수 없이 수많은 사람 중에 똑같은 명찰을 달고 있으니 데려갈 때 헷갈려서 실수를 하는 일도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적과(摘果) 할 때 이 열매를  따려다가 저 열매를 따버리는 것처럼. 그렇다면  저 부고가 어쩜 나의 것일 수도 있다.  이름을 부르자마자 그가 내 죽음을 낚아채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죽음이 내 것일 수도 있겠다.  

  내 빈소를 상상해 본다. 사람들은 뭐라고 내 뒷이야기를 할까.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부풀려 나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겠고, 생전에 손잡고 껴안고, 존경이니 사랑이니 하던 사람들도 벌건 기름이 둥둥 뜬 육개장을 맛있게 뚝딱하고 가버릴지도 모른다. 나의 죽음을 지나가는 바람쯤으로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빈소 한구석에서 몰래 영정 한번 쳐다보고 뜨거운 눈물을 훔치는 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이 아쉬워하고 슬퍼하는 빛나는 죽음은 아니더라도 좋다. 한 사람 정도의 뜨거운 눈물이면 그리 서운하지는 않겠다. 그 정도의 마무리라도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가끔씩 내 부고장을 떠올리며 중간 점검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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