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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허풍선이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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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허풍선이 과자

이화련

[글밭 산책] ------------ 허풍선이 과자

                                                    

이화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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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는 아이들을 위한 군것질거리가 별로 없었다. 잔치나 제사 때 맛보는 떡 종류 말고는 철따라 나오는 과일이 고작이었다. 내가 가게에서 산 과자를 처음 먹어 본 날의 기억은 선명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한 해나 두 해 전이었을 것이다.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았던 나는 그 해 겨울에도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면소재지에 있는 진료소까지 가게 되었다. 

  진찰 후 주사를 맞고 나오는데 출입구 옆 연탄아궁이에 간호사가 무엇인가를 굽고 있었다. 꽁치나 고등어와는 다르게 좋은 냄새, 오징어였다. 나는 그 날 오징어를 처음 보았다. 연탄불도 처음이었다. 그때만 해도 촌에서 그런 것들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불 위의 오징어는 내가 미처 그 생김새를 눈에 익히기도 전에 말할 수 없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둥글게 오그라들었다. 알밤이나 감자를 굽는 것에 대면 삽시간의 일이었다.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어머니는 내가 그것이 먹고 싶어 그러는 줄 알았던지 거칠게 손목을 잡아끌었다. 잠자코 걷던 어머니가 어느 집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한길에 바짝 붙은, 커다란 유리문이 달려있는 집이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석유와 성냥, 마른 국수 등을 파는 가게였다.

  어머니는 나를 길에 세워둔 채 가게로 들어가더니 허연 뭉치 하나를 들고 나왔다. 노끈으로 동여맨 뻥튀기과자 한 묶음이었다. 둥글납작한 모양의 그 뻥튀기가, 어머니가 내게 사 준 최초의 과자였다. 몇 톨의 쌀알을 불에 달군 무쇠 틀에 넣고 눌러서 부풀린 것이었다. 부피에 비해 매우 가벼웠다. 뻥튀기 몇 장이면 아이에게는 한 아름이 꽉 차건만 무게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베어 물기 무섭게 녹아버리는 통에 아껴 먹으려 해도 그럴 수 없었다. 별로 달거나 고소하지도 않고 와삭와삭 깨물리거나 자근자근 씹히는 맛도 없었다. 

  어머니는 그 과자를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자꾸 먹어 봐야 주전부리 버릇이나 붙지 몸에 이로울 게 없다는 말씀이었다. 뻥튀기라는 이름에다 허풍선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겉보기만 푸짐했지 먹잘 것이 없는 그것을 허풍만 치고 다니는 싱거운 사람에 빗댄 것이다. 

  어머니는 허풍선이 따위보다는 누룽지를 훨씬 더 훌륭한 먹을거리로 쳤다. 손쉽게 마련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먹으면 속이 든든하기로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끼니 때 마다 웃어른의 것부터 차례로 식구들의 밥을 푸고 나면 누룽지를 긁는 게 순서였다. 솥바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주걱으로 훑으면 어머니는 그것을 둥글게 뭉쳐서 내게 주었다, 수수를 섞어 밥을 지으면 불그스름한 수수밥 누룽지가, 좁쌀을 섞으면 노르스름한 조밥 누룽지가 생겼다. 나는 흰밥에 검은 콩이 드문드문 섞인 콩밥 누룽지가 제일 좋았다. 어머니는 숭늉을 넉넉히 만들려고 누룽지를 긁지 않는 날도 있었지만 콩밥 누룽지만큼은 딸을 위해 꼭 긁어 주었다.

  그러나 나는 허풍선이과자를 알고부터는 누룽지가 시들해졌다. 어머니에게 그 과자를 사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금방 먹어 없어질지라도 먹기 전에 먼저 푸짐하게 안겨드는 그 느낌이 흐뭇했다. 과자에서 풍기는 은은한 단내가 향기로웠다. 누룽지처럼 끈적거리거나 부침개처럼 미끈거리지 않는 그 보송보송한 감촉이 산뜻해서 좋았다.

  세월이 흘러 나이를 잔뜩 먹은 요즘도 가끔 그 과자가 생각난다. 다행히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새롭고 화려한 과자들 틈에서 어쩌다 허풍선이를 보면 반갑다. 노끈 대신 투명한 비닐에 싼 허풍선이를 덥석 집어 들면 옛 친구를 만난 듯 마음이 으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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