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산책] [시] 가장 먼 길 이 용 섭
오늘도 나를 만나러 길을 나선다
언제부턴가 나도 몰래 내 안에서 나를 지키는
얼굴 없는 그를 만나러 간다
가장 가깝고 쉬울 줄 알았던 이 길이
가면 갈수록 오지(奧地)처럼 낯설고 아득하다
흙먼지 자갈길을 지나 잡초와
가시덤불을 헤치며 간다
이토록 멀고 힘든 길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떠나지도 않았을 것을
마음이 자꾸 내 안에다 후회의 우물을 판다
그러나 어쩌랴 이젠 되돌아갈 수도 없다
너무 오래 전에 떠나온 길이라
남은 날보다 더 멀고 아득해도 어쩔 수 없다
유행가 가사처럼 해는 서산에 걸리고
갈 길은 아득히 멀고 험하다
문득 내가 밟고 온 내 그림자와
귀한 인연들이 가시처럼 목에 걸려
자꾸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작가의 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오는데 70년이 걸렸다고 하셨는데 나는 지금 얼마나 더 살아야 사랑을 실천하는 진정한 나, 참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오늘도 외줄타기처럼 위태롭고 수상한 시대를 살면서 참 ‘나’로 사는 일을 생각한다.
이 용 섭 (시인)
○ 경북 의성 출생 , 동국대학교 졸업 . 중등학교 교장 정년퇴임 .
○ ‘문학세계’ 신인상 (1991), 경상북도 문학상 (2011) 수상
○ 의성문협, 경북문협, 한국문협, 가톨릭 안동교구문인회 회원
○ 시집“남은 진실 한 조각까지”,“탑에게 길을 묻다”,“물소리를 듣다”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