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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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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쓸쓸하다

박월수 (수필가)

[수필] 쓸쓸하다  


박월수 (수필가)


  얽히고설킨 관계가 나를 더 쓸쓸하게 했다. 흐르는 시간을 말 안하고 살 수 있는 풍경과 바람과 햇살로 채우고 싶었다. 

  오래 그리던 산골로 떠나왔다. 종일 눈에 들어오는 건 사람이 빠진 멎어있는 풍경이다.   받는 일에만 익숙해진 전화기는 언젠가부터 소리 내어 울지 않는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조용하다. 고독을 즐기려던 내 맘엔 어느새 알 수 없는 적막만이 남았다. 

  죽은 소나무를 손질한다. 적당하게 굽은 모양이 다탁으로 쓰면 어울릴 것 같다. 길이를 반으로 쪼개어 곱게 갈무리한다. 하나는 아직 관계 끊지 못한 말 많은 지인에게 실어 보내고 다른 하나는 끙끙대며 다락방에 올려놓는다. 은은한 향이며 결 고운 무늬가 삭막한 내 맘에도 스미길 바래본다. 

  쓸쓸함은, 고양이 걸음처럼 기척도 없이 나를 덮친다. 나무계단을 오른다. 낮은 창으로 산이 보이더니 이내 사라지고 높낮이가 다른 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지막 계단에 올라서니 달 풀 우거진 너른 개울이 다가와 엎드린다. 안개가 짙은 날을 제하곤 다락방을 찾을 때의 풍경은 늘 같은 순서로 펼쳐진다. 집안에서 가장 전망 좋은 곳이 내 쓸쓸함을 다독이는 비밀의 방이 된 셈이다. 

  다탁 앞에 엎드려 나무의 결을 만져본다. 죽은 소나무에서 다탁으로 새로 태어났지만 여전히 온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바닥엔 연미색 가루가 소복하다. 부드러운 나무의 속살이다. 견고한 나무의 죽음에는 내가 모르는 배후가 있었나보다. 촘촘한 나이테를 뚫고 들어가 숨어 사는 생명은 어떤 녀석일까 궁금하다. 

  겨우 눈에 띄는 곤충 하나가 바닥에 뒤집어져 있다. 기다리던 구멍 속 임자를 만나게 된 모양이다. 미동도 하지 않으니 죽은 걸까. 몸에 비해 더듬이가 길다. 그동안 만나 온 나무의 속살을 생각하면 굉장한 턱을 가진 놈일 것 같았는데 작고 여린 녀석이다. 갑자기 몸을 한껏 웅크리더니 보란 듯 발딱 뒤집는다. 마치 방아라도 찧듯이. 등껍질을 대신한 날개가 파르르 떤다. 죽음의 이쪽과 저쪽을 넘나드는 그 녀석을 가지고 놀고 싶다. 

  뒷산 은사시나무 숲 쪽에서 부엉이가 운다. 한밤중의 정적을 건드려 미안하다는 듯 울음소리는 낮고 짧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소리에 자꾸 마음이 가 닿는다. 마을에 초상이 날 걸 미리 안다는 부엉이는 내가 기르는 방아벌레처럼 죽음의 속살을 만져보지 않았을까. 밤에 깨어있는 자 만이 죽음의 속살을 구경할 수 있다는 듯 부엉이가 전하는 소리는 먼 지하에서 울려나온 것 마냥 굵고 아득하다. 누군가의 부음을 알려주어야 하는 새의 마음이 내게로 옮아와 가슴 한 귀퉁이가 공허하다. 

  부엉이는 먹을 걸 잔뜩 쌓아놓기 때문에 부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그 새의 마음속 허기를 알기에 터무니없는 먹이 욕심이 밉지 않다. 배불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을 영혼의 허기가 안쓰러워 내 귀에 들리는 부엉이 울음소리는 더 애잔하다. 

  밤의 정적이 깊어갈수록 부엉이 울음소리는 어떤 위안처럼 들린다. 듣고 싶은 대로 듣는 마음의 작용 때문일까. 부음을 전한다는 소리 속에 산 자들을 위한 애틋한 위로가 들어있는 것 같아 나직하니 따뜻하기만 하다. 

  도시 한 복판에 살아도, 시골 귀퉁이에 살아도 쓸쓸함은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모든 관계엔 쓸쓸함이 존재한다. 내 쓸쓸함의 이면엔 존재하는 것들과 관계 맺고 싶은 작은 소망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 이젠 죽음의 속살을 맛보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고독을 즐길 줄 안다. 

  어떤 이의 못 이룬 꿈이 하늘로 올라가 별로 뜰 때도, 꽃이 피어날 때도 죽을 것 같은 아픔이 함께하므로 쓸쓸하다. 하나 꽃 핀 그 공간만큼, 별 뜬 그 자리만큼은 따뜻하다. 이미 내장된 허무로 인해 쓸쓸할 때도, 세로토닌이란 물질이 부족해 만성적 우울에 시달릴 때도 나는 이제 쓸쓸함을 즐기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쓸쓸함은 살아있음의 또 다른 표현이다. 


박월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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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수필 등단, 2009 수필세계 신인상 .

○ 한국문인협회, 대구수필가협회, 경북문인협회, 안동가톨릭문인회, 청송문협, 수필세계작가회원 .

○ 연암서가 발행 「한국현대수필 100 년」에 ‘달’수록, 문학나무 2011 「젊은수필」에 선정, 『더 수필』2019, 2020 ‘빛나는 수필가 60’ 에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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