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편집일 :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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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수필] 세상 여행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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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수필] 세상 여행 이일배

[글밭 산책] [수필] 세상 여행 이일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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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간다. 그들이 가는 속을 내가 살고 있다. 그들이 갈 때 어떻게 가는가. 보고 듣고 겪고 느낄 많은 것을 만들고, 주고, 남기고 간다. 세상을 둘러보면 온통 그것들이 남기고 간 것들이다. 하늘이며 땅이 그렇고, 산이며 물이 그렇고, 나무며 풀이 그렇고, 꽃이며 열매가 그렇다. 

  어디 그뿐이랴. 세상 만물, 만사가 그것들이 만들지 않은 것이 없고, 남기지 않은 것이 또한 없다. 그것들에 의해 또 많은 것이 태어나고, 살아가고,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세상의 온갖 희로애락을 다 겪게 한다. 

  사람들은 그 속을 여행하기에 걸음이 분주하다. 하늘도 땅도 보고 밟아야 하고, 산도 물도 오르고 젖어야 한다. 나무와 풀을 보며 아늑함을 느끼기도 해야 하고, 꽃이며 열매를 안아 보듬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걸 사랑으로 대하며 서로 나누면 얼마나 좋은가.

  사람과 사람이 섞여 여행하는 사이에 볼 것 못 볼 것, 들을 것 못 들을 것을 다 보고 들으며, 겪을 것 못 겪을 것, 느낄 것 못 느낄 것을 다 겪고 느끼면서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 여행이란 즐겁고 기쁘기도 하지만, 힘들고 고달프기도 한량없다. 즐겁다고 느낀 것이 어느새 고통으로 다가오고, 희열로 달뜬 일이 찰나에 슬픔을 불러오기도 한다.

  천지신명이 사람을 낼 때, 세상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듯이 그 모든 것들과 더불어 잘 살라고 했을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것들과 서로 위하며, 마음 서로 주고받으며 살고 있는가. 어쩌면 더 많은 하늘과 땅을 차지하고, 저 산과 물을 제 것으로 만들까, 어떻게 하면 나무며 풀을 제집 것이 되게 하고, 저 꽃과 열매로 제 속을 채울까에 매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속을 채우려 하는 사이에 기뻐하다가도 슬퍼하고, 아늑하다가도 속을 끓이고, 사랑하다가도 원수가 되고, 행복을 누리다가도 불행의 구렁에 떨어지고, 정을 주고받다가도 등을 지고, 서로 마음을 모으다가도 갈라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왜 이런 분란에 빠져야 하는가. 마음을 더욱 깨끗하게 하려고 그리하는가. 정신을 더욱 맑히려고 그렇게 하는가. 그 많은 것을 제 것을 만들어서 제 속을 채우면 마음자리가 순량하고 소박해지는가. 아니다. 오직 육신의 치레를 위한 일일 뿐이다.   육신이 좀 더 좋은 걸 먹고 입게 하고, 좀 더 편안한 곳에 살고 자게 하고, 그 이름을 올리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던가. 그런 것을 얻어 세상을 휘두르는 권력으로 삼으려 함이 아니던가. 그 탐욕에 어찌 근심, 걱정이 없을 것인가.

  육신이란 무엇인가. “육신은 상처 덩어리에 불과한 것/ 병치레 끊일 새 없고 욕망에 타오르고/ 단단하지도 영원하지도 못한 껍데기 (『법구경』)”일 뿐이라 하지 않는가. 그 껍데기의 호사를 위해 온갖 제물 바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제물이 호화로울수록 무언가를 크게 이룬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 마음과 정신이 피폐해지면서 그간에 쌓아 올린 이름이며 자리를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뜨리기도 한다. 

그런 속을 우리는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그런 열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걸 사람들은 세상 사는 일, 그 여행이라고 알고 있다. 탐욕하는 것이 많을수록 호화 여행이라고 믿는다. 이런 여행을 꾸역꾸역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이어나가야 한다면 어찌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답을 내려 줄 이 없어 우리는 고독한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원초의 고독 속을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진리의 말씀>은 우리의 고독을 이렇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 이 세상의 여행을 마치고 / 근심과 걱정을 떠나 / 모든 속박을 끊고 자유를 얻은 사람 / 그에게는 털끝만 한 고뇌도 없다.(『법구경』)”

  세상의 여행을 마친다니? 그래야만 근심과 걱정을 떠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하여야만 모든 속박을 끓고 자유 얻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세상이라야 털끝만 한 고뇌도 없을 수 있다는 말인가. 아, 고뇌 없는 세상이란 얼마나 황홀한 경지인가! 

  그 경지를 이 세상의 여행을 마쳐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세상 여행을 마친다.’라고 하는 것은 무슨 말씀인가. 이승을 하직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을 갈음할 수 있는 무슨 깨달음을 얻으란 말인가. 산목숨이 하직은 어떻게 해야 하고, 옹졸한 목숨이 깨달음은 또 어찌 얻으란 말인가. 깨달음을 얻지 못하면 살아도 산목숨이 아닌 건가.

진리는 우리에게 늘 숙제다. 자유를 얻어 고뇌 없는 곳에 이르자면, 과연 어찌해야 할까.

  그 답을 찾아 흐르는 세월을 따라 다시 먼 세상 여행을 떠나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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