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밭 산책] ------ 아버지의 땅 이 용 섭

기사입력 2021.04.1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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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밭 산책] ------   아버지의 땅               이 용 섭  

     

    1사진(이용섭)333.jpg


    봄비가 몇 차례 오시더니 

    얼음 풀린 대지가  

    어머니 젖가슴처럼 부드럽다  

    세상이 온통 넉넉하고 푸근하다

     

    내 아버지 살아계실 때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 생각난다

    돈 생기면 땅에 묻어라 

    땅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예, 예하며 건성으로 대답하는 내게 

    내 말 뒷등으로 흘려듣지 마라. 

    땅에 묻은 돈은 썩지 않는다

    땅이 있어야 떵떵거리며 산다 하시다가   

    허 허 참, 내 정신 좀 봐라

    가난한 선생이 무슨 돈이 있어 

    땅에 묻겠노 하시던 아버지 

     

    양지 바르고 물 빠짐 좋은 땅 찾아 

    먼 길 떠나신 지 스무 해 

    여태 아무 기별 없으신 걸 보니 

    마음에 드는 땅 골라 

    거기 터 잡고 오래 사실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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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말


     LH사태로 세상이 온통 들석거리고 있다. 가난한 민초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선거를 코 앞에 두고 서로 상대를 헐뜯기에 혈안이 된 위정자들의 꼴사나운 행태가 세상 인심을 더 각박하게 한다. 봄비 오시는 이 아침에 땅이 있어야 늙어서도 떵떵거리며 산다고 하시던 아버지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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