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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식구(食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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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 식구(食口)

[수필] 조향순

[글밭 산책] ----------- 식구(食口)


조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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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위에는 약했지만 더위는 잘 참는 편이었는데 이젠 추워도 더워도 휘청휘청하니 다 못 참겠다. 게다가 웬 비염이 생겨서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내려가고 좀 선듯하다 싶으면 재채기가 쏟아진다. 왼쪽 새끼손가락 끝마디가 조금 붉은 듯해서 병원에 갔더니 동상이라고 했다. 내가 무슨 큰일을 했다고 부끄럽게 동상에 걸린담. 그런가 하면 난생처음으로 양쪽 눈에 다래끼가 나서 치료를 했더니 눈가장자리가 둥그렇게 보라색으로 멍이 들어서 한참 동안 외출도 못 했다. 그리 건장하진 못해도 자질자질한 병치레는 해본 적이 없는데 이젠 중고차 고장 나듯이 여기저기 조금씩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 게다가 지난 연말부터 두 달가량 치과에 다니는 동안 그야말로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정말로 이제는 두 손 들고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요즘은 또 걸핏하면 사레에 걸린다. 밥을 먹다가도 물을 마시다가도 사레가 들어 눈물이 쑥 빠지게 혼쭐이 난다. 뜨거운 국을 먹다가도 매운 찌개를 먹다가도 한 차례씩 소동이 일어나니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집에서는 마음 놓고 캑캑거리기라도 할 터이나 바깥에서 다른 사람들과 식사 중에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대수롭잖은 일처럼 슬그머니 넘어가려 해도 한참 동안은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얼굴도 달아오르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게 되니 한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민망스러울까. 사정이 이 모양이다 보니 은근히 걱정되어서 바깥에서의 식사 약속은 될 수 있으면 줄이거나 피해야겠다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되었다. 

  오래전, 생일상 앞에서 친정어머니는 사레가 들어 한참 동안 애를 쓰다가 겨우 진정을 한 후 ‘나이를 먹으니 사레도 자주 드네’ 하고 도리어 우리에게 미안해하셨다. 그때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히 지나갔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사레가 잦아진 요즘에 와서 다시 그 말을 떠올린다. 아, 나이를 먹으면 사레도 자주 드는구나. 

  자신의 아내를 집 식구라고 소개를 하는 분이 있었다. 아내, 마누라, 와이프 등 여러 호칭을 두고서 하필이면 ‘식구(食口)’라고 했다.  식구(食口), 먹는 입, 같이 밥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아닌가. 밥 먹는 입이 무서웠던 5, 60년대도 아닌데 부인을 겨우 밥 먹는 입으로 취급하는 것 같아 비하(卑下)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 짚어보니 그 호칭에 내포된 의미는 상당히 깊고 넓다. 

  식구(食口)들은 한자리에서 잠깐 식사만 같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기와집이든 초가집이든 같은 집에 살면서, 죽이든 밥이든 보리밥이든 쌀밥이든 같은 걸 먹으면서 아주 질긴 끈으로 엮어져 운명을 같이하는 소집단의 이름이다. 재채기를 하기도 하고 방귀를 뀌어도 용납이 되면서 같이 밥을 먹는 수 있는 관계다. 사레가 걸리면 물을 먹이고 등을 두드려주고 같이 소란을 떠는 관계다. 한 그릇에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서는 침 묻은 숟가락을 부딪쳐가며 같이 먹는 관계, 뜨거운 밥을 후후 입김으로 불어 먹이고 먹는 관계, 손가락을 빨아가며 생선 뼈를 발라주고 그것을 받아먹는 관계다. 그러니 식구(食口)란 원초적인 사랑의 벽돌로 지어진 아주 견고한 성(城)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즘 사람들은 식구(食口)란 말을 많이 쓰지 않는다. 하나의 말이 사라진다는 것은 하나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말도 된다. 촘촘하고 견고한 식구의 관계가 느슨하고 엉성한 가족이 되고, 멀건 관계의 동거인을 닮아간다. 각자의 휴대폰을 들고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며 문을 닫는다. 우리는 이제 너무나 위생적인 아들이나 딸이나 며느리나 사위나 손자 손녀 앞에서 마음대로 기침이나 사레나 재채기나 방귀 등으로 주접을 떨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지만 예전의 그 식구(食口)들이라고 착각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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