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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수필-------------- 숨은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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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밭 산책] 수필-------------- 숨은 기도

서 강 홍

[글밭 산책] 수필-------------- 숨은 기도 

 

서 강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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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지로부터 과분한 대접을 받았노라며 아내는 며칠을 두고 근심 어린 타령을 늘어놓았다. 경주에 있는 모 호텔로 끌려가(?) 이름도 모를 요리로 융숭히 접대받은 모양이다. 언젠가는 자기도 베풀어야 하는데 받은 수준을 고려하자니 이리저리 부담을 떨칠 수가 없는 것 같았다. 

  아내의 표정을 보면서 친구 J의 얼굴이 떠올랐다. 적수공권으로 상경하여 성공한 친구다. 몇 년 전에 그가 귀향하였을 때 우리 친구 몇 사람이 불려가 칙사 대접받듯이 호강한 적이 있었다. 그 이튿날 자연히 회식비가 화제에 올랐다. 입이 벌어지는 액면을 두고 모두 들 우려하였다. 그중에 유독 견해를 달리한 친구의 독백이 기발하여 그 대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J에게 박수만 쳐주면 되지 뭐…’ 라는 것이었다. 모든 친구가 부담감을 지니는 가운데 그만은 가벼운 맘으로 오히려 축복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토록 고액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하고 기꺼이 감사함이 참다운 도리라고 하였다. 그 사례를 아내에게 일러주었다. 대접받은 친지에게 박수만 쳐주라는 나의 권유에 의아해하면서도 다소의 안도감을 찾는 표정이었다. 

  삶의 장면에서 빚어지는 일들이 대개 그렇다. 의도하고 실행한 것들이 내게 만족을 주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나의 만족이 남의 만족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그렇지않을 수도 있다. 

  음악의 경우도 그렇다. 연주자가 아무리 열연을 하였더라도 감상하는 이가 시큰둥 한다면 의미가 없다. 들은 쪽이 만족하였을 때 진짜 훌륭한 음악이 되는 것이다. 연주자의 입으로 아름다움 운운함은 넌센스다. 

  ‘맑고 고운 영혼의 성가를 아름다운 가락으로 주 대전에 바치옵니다’ 우리 성당 성가대가 연습에 앞서 바치는 기도문의 한 구절이다. 누가 지은 기도문인지 모르나 이 구절을 읊조릴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내가 바치는 이 성가가 과연 아름다운 가락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부분을 기도할 때마다 아름다운 가락으로 ‘바치고자 합니다’ 라고 조용히 읊조리곤 한다. 아름다운 가락으로 바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락 되게 노력하겠다는 다짐이다. ‘아름다운’은 노래를 부른 나의 판단이 아니라 듣는 이의 몫이다. 나의 역할은 ‘아름다운’의 반응을 얻기 위한 노력일 따름이다.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장기간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 각계의 유명 교수들을 접하고 다방면의 정보를 얻을수 있는 기회였다. 귀가 번쩍 뜨이는 강의가 연일 이어졌다. 

  재미난 것은 유명인사의 강의가 반드시 이름값에 걸맞는 명강의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럴 땐 실망감내지 반감이 작동하여 일부러 졸기도 하였다. 피교육자가 강의 시간에 졸았다면 그 책임은 강사에게 있다고 믿었다. 명강의를 듣고 조는 학생이 어디 있는가. 

  원인을 제공하는 이와 결과를 받아들이는 이가 만족의 경지에 이르는 조화는 쉽지 않다. 아무리 열강을 해도 듣는 이가 졸았다면 졸강이요, 아무리 열창을 해도 듣는 이가 냉담했다면 졸창인 것이다. 

  보고 싶은 것을 마음껏 볼 수 없고 보기 싫은 것도 봐야 하는 세상이다. 부처님께서도 이런 세상을 일러 고해라 하셨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동시에 겪어야 하는 삶이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항상 파도처럼 출렁인다. 

  유교의 근간인 어질 인(仁)자는 사람인(人)과 두이(二)자의 합성어다. 너와 나, 개체와 개체를 이어주는 관계, 그 흐름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건 어쩔 수 없이 사랑이라는 에너지다. 개체 사이의 흐름을 공자님도, 노자님도 사랑이라고 풀이하셨다. 

  서양인의 산발적인 사랑에 비해 우리의 전통적 사랑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그러기에 개체 사이의 사랑도 질서, 도리, 신뢰, 책임, 끌림 등 자제하는 어휘로 표현된다. 

  진정한 사랑은 감동을 자아낸다. 감동은 인간이 지닌 최대의 에너지이다. 감동은 다양한 모습으로 가슴을 적신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웃음으로 다가온다. 감동은 큰 물결로만 오지 않는다.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이는 작은 물결로도 출렁이고 고요 속에서도 더욱 설렌다. 감동은 진실의 그림자를 몰고 다닌다. 진실은 조화의 물결을 거스르지 않기에 감동은 조화로울 때 더욱 빛난다. 감동은 소리 없이 다가온다. 그러므로 평범함으로 비쳐지는 이면에 남다른 특별함이 있다. 

  잔잔한 물결 위에 유유히 떠가는 돛단배, 그 아름다움 뒤에는 사공의 구슬땀과 소망이 있을 것이다. 듣는 이의 귀에 아름다움이 베이도록 노력하는 성가대의 기원처럼 보는 이를 감동케 하는 숨은 기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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